독서 노트 작성법, 책 내용을 베껴 쓰지 않고 오래 남기는 기록 방법

책을 읽고 나서 며칠만 지나도 내용이 흐릿해지는 경험은 드물지 않다.

읽는 순간에는 인상 깊었던 문장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책에서 봤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독서 노트를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해 보이는 문장을 모두 옮겨 적다 보면 독서보다 필기에 더 많은 시간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책 제목과 간단한 감상만 적으면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 구체적인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 노트는 책 한 권을 다시 만드는 작업일 필요가 없다. 책에서 발견한 것 중 미래의 내가 다시 확인하고 싶은 내용을 선별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단순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모든 내용을 기록하지 않는다

독서 노트를 처음 만들 때 흔히 하는 고민은 얼마나 자세하게 써야 하는가다.

책의 목차를 옮겨 적고 장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꼼꼼한 기록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책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취미로 읽는 책까지 의무적으로 요약하기 시작하면 독서 자체가 숙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먼저 ‘기록할 책’과 ‘읽기만 할 책’을 구분해도 좋다.

소설을 재미로 읽었다면 제목과 짧은 감상만 남길 수 있다. 반면 업무나 공부에 참고하려고 읽은 책이라면 핵심 개념과 관련 페이지를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할 수 있다.

같은 독서 노트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책을 같은 형식으로 정리할 필요는 없다.

기록의 양은 책의 두께보다 나중에 이 책을 얼마나 다시 참고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정하는 편이 실용적이다.

독서 노트 첫 줄에는 기본 정보를 남긴다

나중에 기록을 다시 찾아보려면 최소한의 기본 정보가 필요하다.

책 제목과 저자명은 가장 먼저 적어 두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읽기 시작한 날짜와 다 읽은 날짜를 함께 기록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다음 정도다.

책 제목: ○○○
저자: ○○○
읽은 기간: 9월 3일~9월 12일

복잡한 독서 관리가 목적이 아니라면 출판사, 출판 연도, ISBN 등 모든 서지 정보를 매번 기록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실제로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페이지 번호다.

인상 깊은 문장을 기록했다면 옆에 ‘p.83’처럼 해당 페이지를 적어 둔다. 몇 달 뒤 문장의 앞뒤 맥락을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 책에서 해당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페이지가 다르거나 판본에 따라 페이지 번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을 다시 확인하기 위한 개인 기록이라면 현재 읽는 판본의 페이지를 기준으로 적어도 충분하다.

인용한 문장과 내 생각을 구분해서 쓴다

독서 노트에서 특히 유용한 습관은 책에서 가져온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문장이 책에 실제로 있었던 표현인지, 자신이 읽으면서 정리한 생각인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적었다면 따옴표를 사용하고 페이지 번호를 붙인다. 자신의 생각은 그 아래에 ‘→’ 같은 기호를 붙여 적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구조다.

“책에서 옮겨 적은 문장” (p.52)

→ 이 부분은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의 내용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기록하면 몇 달 뒤 다시 읽더라도 원문의 내용과 자신의 해석을 구분하기 쉽다.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지 않고 요약해서 작성했다면 ‘요약’이라고 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블로그 글이나 다른 글을 작성할 때 독서 노트를 참고한다면 이 구분은 더욱 중요하다. 원문의 표현과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구별해 두면 나중에 출처를 다시 확인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보다 ‘생각이 생긴 문장’을 기록한다

책을 읽다 보면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

문장이 아름답거나 표현이 인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독서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나중에 활용할 독서 노트를 만들고 싶다면 조금 다른 기준을 추가해 볼 수 있다.

이 문장을 읽고 새로운 질문이나 생각이 생겼는가?

이 기준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장을 읽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면 기록할 가치가 있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연결된다면 그것도 좋은 기록 소재다.

동의하지 않는 내용 역시 남길 수 있다.

독서 노트가 반드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 내용만 모아 두는 공간일 필요는 없다.

‘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앞에서 설명한 내용과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다른 자료에서도 같은 설명을 하는지 찾아보고 싶다.’

이런 질문을 함께 적으면 단순한 요약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록이 된다.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도 책의 내용뿐 아니라 당시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 권을 다 읽은 뒤에는 세 줄 정도로 정리한다

책을 끝까지 읽었다면 마지막에 짧은 정리를 남겨 보는 것도 좋다.

긴 서평을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세 가지 질문에 한두 문장씩 답하는 방식이 부담이 적다.

첫 번째는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두 번째는 가장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

세 번째는 이 책을 읽고 더 궁금해진 것은 무엇인가?

이 세 질문에 답하면 책의 핵심 내용뿐 아니라 독서 이후의 관심 방향까지 기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역사책을 읽었다면 특정 사건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더 궁금해졌다고 적을 수 있다.

그러면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를 때도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다.

독서 노트가 과거에 읽은 책을 보관하는 역할뿐 아니라 다음 독서로 이어지는 연결점이 되는 것이다.

책 한 권에 노트 몇 페이지를 써야 할까?

정해진 분량은 없다.

어떤 책은 한 페이지로 충분하고 어떤 책은 여러 페이지가 필요할 수 있다.

분량을 미리 정해 놓으면 기록을 채우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적거나, 반대로 필요한 기록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활용하기 쉬운 방식은 책을 읽는 동안 자유롭게 기록하되 마지막에 핵심 내용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섯 페이지에 걸쳐 독서 기록을 했다면 마지막 부분에 ‘다시 볼 내용’을 세 가지 정도 적는다.

그러면 나중에 시간이 없을 때는 마지막 정리만 읽고, 자세한 맥락이 필요할 때 앞의 기록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첫 글에서 다룬 인덱스 방식과 연결할 수도 있다.

노트 앞쪽 목차에 다음처럼 남기는 것이다.

28쪽 — ○○○ 독서 기록
35쪽 — △△△ 독서 기록

여러 종류의 기록을 한 권에 섞어 쓰더라도 독서 기록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독서 노트는 다시 읽을 때 완성된다

열심히 독서 기록을 만들어도 한 번도 다시 읽지 않는다면 활용도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기록하는 시간만큼 다시 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거창한 복습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새 책을 읽기 전에 이전에 비슷한 주제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지 인덱스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글을 쓰다가 관련 내용이 떠오르면 예전 독서 기록을 찾아볼 수도 있다.

가끔 노트를 처음부터 천천히 넘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과거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지금은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적었던 질문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기록 자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기록을 읽는 사람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오래된 독서 노트를 다시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마무리

독서 노트를 잘 쓰기 위해 책의 모든 내용을 요약할 필요는 없다.

책 제목과 저자 같은 기본 정보를 남기고, 다시 확인하고 싶은 내용에는 페이지 번호를 붙이고, 책의 문장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특히 기억하고 싶은 문장만 수집하기보다 그 문장을 읽으며 생긴 질문과 생각을 함께 적으면 시간이 지난 뒤 활용하기 좋은 기록이 된다.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면 새롭게 알게 된 것, 기억하고 싶은 것, 더 궁금해진 것을 짧게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결국 독서 노트의 목적은 읽은 책의 내용을 최대한 많이 옮기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무엇을 발견하고 생각했는지 남겨 두는 것에 가깝다.

기록이 여러 권의 책에 걸쳐 쌓이면 서로 다른 책에서 발견한 내용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한 권의 독서 노트가 개인적인 지식 지도로 변하는 과정이다.

다음 글에서는 책이 아닌 일상으로 다시 범위를 넓혀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종이 노트에 기록하는 방법을 다룬다. 순간적으로 생긴 생각을 짧게 포착하고 나중에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리하는 과정을 살펴볼 예정이다.

FAQ:

Q. 독서 노트는 책을 읽으면서 작성하는 것이 좋은가요?

읽는 중간에 인상적인 부분과 페이지 번호를 짧게 적고, 책을 다 읽은 뒤 핵심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기록 때문에 독서의 흐름이 자주 끊긴다면 포스트잇이나 간단한 표시만 해 두었다가 한 장이나 한 챕터을 읽은 뒤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Q. 책의 문장을 독서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어도 되나요?

개인적인 독서 기록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적을 수 있지만, 원문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해 두는 것이 좋다. 따옴표와 페이지 번호 등을 표시하면 나중에 출처를 확인하기 쉽다. 특히 기록을 블로그나 공개 글에 활용하려는 경우에는 원문 인용과 자신의 서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출처 및 저작권 관련 사항도 확인해야 한다.

Q.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책도 독서 노트에 기록해야 하나요?

완독한 책만 기록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읽은 범위와 중단한 이유를 간단하게 남겨도 의미 있는 독서 기록이 된다.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당시 왜 멈췄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 관심사가 달라졌을 때 다시 읽을지 판단하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

이 블로그 검색

태그

신고하기

프로필

이미지alt태그 입력